28, Jul



# 트위터에도 짧게 끄적였지만, 왠지 깨달은 점이 있어 여기도 굳이 올려본다.  여기 와서 뭔가 나 자신을 위한 쇼핑을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침 사고 싶었던 마크 제이콥스 지갑을 어제 블루밍데일스에서 우연히 발견했기에, 오늘 아침에 득템해왔다. 근데 여기서는 늘 tax의 덫에 걸리게 되어서.. tax를 더하니 앞자리수가 바뀌었고, 체감 가격이 훨씬 비싸게 느껴졌다. 여기와서는 왠지 미국 디자이너의 제품을 사야할 것 만 같은 관광객스러운 기분이 이 구매를 지배했다. 사실 그러고보면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거의 대부분의 미국 디자이너 가방, 옷, 구두 등은 모두 뉴욕에 있을 때 산 것이구나. 여하튼, 이런 것이 브랜드의 힘이 아닌가 싶었다는. 서울에 와서, 아.. 서울 출신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관광객이 과연 있을까? (삼성 제품들 사가려나?) 굳이 패션산업이 아니더라도. 뭐 그런거 있잖아. 코끼리 밥통, 휘슬러 밥솥.. 써놓고 보니 왜 다 밥솥이냐 ㅋㅋ 관광 적자 난다고 스파클링 코리아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슬로건 짓지 말고 (스파클링 와인밖에 생각 안나..), 서울, 그리고 코리아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를 키워야 되는데. 이놈의 나라 어디로 가고 있나. (급 나라걱정)

# 어제 뭐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써놓지 않으면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근데 또 써놓긴 귀찮고. 한가지씩 분명히 떠오르는 것은 감정들 뿐. 오고갔던 감정들이 너무 분명하게 남아서.

# 역시 트위터에도 써놓았던 어제의 감정 중 하나. 아쉬운 것도, 억울한 것도, 섭섭한 것도, 화나는 것,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나는 이 상황이 속상해. 믿음이 깨지는 것, 내가 소중하게 생각 했던 어떤 것이 사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건 나이 들었어도 변함 없이 마음이 아프다. 예전에는, 어렸을 때는. 관계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관계를 처음 만들어 나가는 데도, 그 관계를 유지시키는데도. 그래서 늘 누군가를 만날 때 먼저 노력하는 것은 내 쪽이었어. 그게 이기적인 착각이었다해도. 근데 이제는, 그 노력을 하는게 너무 지친다.

# 진심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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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Jul



# 어제 이른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인이 부족하여 스타벅스에 들렀다.커피를 거의 원샷- 하고 창밖을 보는데 날씨가 꾸물꾸물. 여기는 정말 쨍쨍하다가도 비가 쏟아지고, 비가 쏟아지다가도 금방 쨍쨍하기 때문에. 뭐 좀 내리다 말겠지 하고는 후다닥 지하철로 뛰었다. 문제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녁으로 먹을 라자냐를  테잌아웃할 생각으로 일부러 좀 먼 역에서 내렸는데, 그야말로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기는 서울비하고는 또 차원이 틀리게 맞으면 아플 정도로 쏟아진다. ㅜ.ㅜ 이걸 어째 하다가 에잇 몰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칠거야 하고는 일단 가게로 뛰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라쟈나는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고 가게로 뛰어 오는 동안 잠깐 맞은 비에 젖은 옷이 찝찝하고... 아.. 뭔가 찝찝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내게, 이탈리안이 분명한.. 가게 주인 아저씨는 시종일관 Darling 이라고 불러주며 대화를 시도(ㅋㅋ) 했다. 내가 정말 -_- <- 이런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거야...너를 위한 특별 서비스라며 챙겨준 마늘빵 (뭐 사실은 걍 라자냐 시키면 다 주는 것인 듯 ㅋㅋ) 에 기분이 좋아져서 빗속을 뚫고 집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고마워, 이거 분명 맛있을거야, 나 너무 기대돼! 를 외쳤더니, 아저씨는 또 허허 웃으며 고마워 Darling 좋은 저녁 보내. 라고 인사해주었다. 이런게 소소한 기쁨이자 즐거움. 난 역시 사람에게 위로받는 스타일인듯.

# 여기 와서 분명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는데. 손익대조는 나중에 한꺼번에 차차 하기로 하고. 크게 하나 잃은 것이 있다면 피부ㅜ.ㅜ 다. 십대 때 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흔한 뾰루지도 하나 없고, 메이크업을 안지우고 자도 멀쩡하던 나였는데. 회사 생활을 3년 하면서 스트레스 떄문인지, 호르몬 불균형 때문인지. 여하튼 피부가 끊임없이, 줄기차게 뒤집어졌었다. 한번 망가진 피부는 역시 쉽게 회복이 안되어서, 중지성 피부가 민감성으로 바뀌고, 건성으로 바뀌었는데. 결론은 여기와서 피부가 또 뒤집어 졌다는 것, 왜 그렇지.. 여기서는 스트레스도 크게 받지 않고, 과일도 오히려 일부러 많이 챙겨먹고, 비타민 A까지 하루 한 알 잘 먹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물이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인스턴트를 많이 먹어 그런 것 같기도. 여담이지만 한국에서도 acne soultion으로 꽤 유명한 murad 를 여기서 사서 1주일 정도 썼는데, 오히려 피부가 너무 건조해지고 뭐가 더 올라오길래 sephora에 다시 갔다. 항의를 하거나 환불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너무 건조해지니 아이크림이랑 수분크림을 사야겠어서. 마침 뭐 도와줄까 물어보는 점원 아가씨에게 나 murad 이거 1주일 썼는데 더 나빠졌어 엉엉 했더니 정색을 하고 4주분이니까 4주를 꾸준히 참고 써야해. 수분크림 추가하면 건조한건 없어져도 또 뭐가 올라올거야. 한다. 그래도 나 너무 건조해... 하고 풀죽은 표정을 하니까 점원 아가씨가 그제서야 온화한 표정으로 위로하듯이 그래도 꾹 참고 더 써봐. 넌 'young'하니까 회복될거야.. 란다. 동양인을 대체로 5-6살 어리게 본다고는 하지만. ㅋㅋ 아무리 날 어리게 보아도 내가 아가씨보단 더 old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okie thanks하고 돌아섰다. 물론 수분크림과 아이크림은 원래 쓰던걸 다시 사왔다는 결론.

# 뭔가 써놓고 보니 굉장히 사소한 이야기들을 길게 썼네..  ㅋㅋ 오늘의 결론은 과일 많이 먹고 물 많이 마시고, 몸에 좋은 것만 먹어야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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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Jul



#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느지막히 일어나 씻고, 대충 아침을 먹고, 나올 준비를 마쳤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다시 누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다가 한시가 넘어서야 노트북 하나 들고 집을 나왔다. 여기서는 사실 인간관계, 랄 것이 그닥 없기 때문에 서울에서보다 훨씬 '막' 하고 다니는 경향이 강하다. 그 덕에 (아니면 그 탓에?) 서울에선 감히 입을 엄두도 내지 않던 끈달린 옷들도 (...) 여기선 덥기 때문에 그냥 입고. 화장도 잘 하지 않고. 뭐 그렇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그리고 또 구두 욕심 도져서 여기서 몇 개 산 하이힐들은 신어본지가 언제인지도 까마득하네.

# 여튼 그리하여 노트북을 들고 밍기적 밍기적 찾아온 곳은 Think Coffee, 생각다방 되시겠다. 한국 사람들에게 무한도전카페로 알려져서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들어오곤 하는데. 여기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대부분 금방 나간다. 여기는 카페의 간판을 건 음악 나오는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둘이서 오는 사람들도 이 넓은 공간에 한 두 테이블 뿐이고, 대부분 혼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거나,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처음에 이 곳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도 그래서였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곳. 쓸쓸하지 않은 곳. 그냥, 나도 노트북을 들고, 혹은 책을 들고 앉아 있으면 금새 이 풍경 속으로 섞여 들어갈 수 있는 곳. 그게 여기였다.

# 나를 가치 있게 만드는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요즘. 학생으로서의 삶은 이제 딱 반환점을 돌았다. 문득 옛 기억에, 예전 회사다닐 때 팀장님이자, 멘토였던 분의 블로그 옛날 글들을 읽는데. 회사 그만둔다고 선언(!) 하고 나서 갔던 팀 피크닉 포스트에 '2년 후에 서로의 성공을 축하해줄 수 있기를' 이란 구절에 울컥. 이제 그 2년 중 반이 지났다. 부디 축하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기를. 지금 내가 사는 순간순간, 매분 매초, 매순간들이 모여서 그 자격을 만든다는 것을 이미 난 알고 있어. 어렸을 때는 열심히 살자! 를 외쳤지만, 그래서 지금 외치고 싶은 말은 충실히 살자. 매 순간, 충실히. 카르페 디엠 하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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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Jul





사진은 어제 갔던 cloisters. 너무 감동받아서 굳이 싸이 스타일의 (..) 사진을 여기까지 올려본다. 맨하탄 안에 있기는 한데, 미드타운을 기준으로 삼아서 올라가도 지하철만 30분 이상 타야하기 때문에, 짧은 일정으로 뉴욕에 왔을 때는 올라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번에도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 그제 가려다가 또 여의치 않고. 해서 어제 드디어 가봤다.

이상하게, 별다른 배경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마냥 로망을 품게 되는 시대와 배경이 있는데. 하나는 중세유럽(이탈리아쪽 말고 영국 쪽)이요, 하나는 1900년대 초반 미국이다.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여튼 cloisters는 유럽에 있던 수도원 3갠가 4개를 아예 통째로 거기서 해체해서 미국까지 싣고와서 여기에서 다시 조립을 해서 만든 뮤지엄이다. 그리고 그 안을 또 중세시대 유물로 콱콱 채워 넣은.... 그야말로 외관, 그리고 뮤지엄 내부의 벽돌 하나하나까지 중세 유럽의 완벽한 재현이라고나 할까. 중세 유럽 스타일의 가든에서 마시는 커피도 정말 맛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정말 3시간 내내 입을 헤 벌리고 돌아다녔다. 어떤 곳에서는 그레고리안 성가까지 나오는데, 거의 혼을 빼놓고 앉아 있었다.  전생에 중세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난 여기가 너무 좋았다. 큰 파크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파크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 분위기도 나름 좋았고, 또 날씨도 뉴욕에 온 이래 드물게 습도가 낮고 선선해서 산책하듯 다니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무래도 더운 여름날의 맨하탄. 거기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짜증이 묻어난다. (사실 내가 짜증이 나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근데 우연이겠지만, 여기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 온화한 봄날 같았다. 일단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있던 아저씨도 그랬고. 멤버십 카드를 내밀자 오, 멤버구나. 처음왔니? 여기 오기 멀지? 뭐 타구 왔니? 묻는다. 뮤지엄을 다 보고 겔음겔음 허드슨강 뷰까지 테라스에서 보고 내려오는데, 길가에 서 계시던 경찰은 야 너 선글라스 멋지다. 라는 여기서 처음 들어보는 인사를 건네고, 조깅하다 나랑 눈이 마주친 중년의 배나온.. 아저씨는 너무너무너무너무 활짝 웃으면서 hi! 한다. 아.. 이 파크와 뮤지엄은 뉴욕인데 뉴욕이 아닌, 다른 세상이었다. 다른 차원의 세상.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그리울 공간은, 여기일 것 같아. 마음이 힘든 날에는 왠지 생각 날 것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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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Jul




1년만에 다시 찾은 met. 처음 갔을 때 나를 감동으로 울게 만들었던 met은 더 이상 내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오늘 갔던 met은 뭔가에 홀린 것 처럼 시끄러웠고, 정신 없었다. 언제 가도 물론 관광객은 많았지만, 조곤조곤하게, 사람은 많지만 고요한 분위기였는데. 오늘의 met은 그야말로 시장바닥.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여기저기서 사진만 팡팡. 그것도 플래시 터뜨려가면서. 게다가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들어간지 1시간도 채 안되서, 지저분한 화장실을 마주하고는 아, 정말 어지럼증까지 느끼면서 탈출하듯 빠져 나왔다.

클로이스터스로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목적지 중간쯤 갔을까, 기사와 왠 히스패닉 아줌마가 싸우기 시작했다.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대충의 오가는 (언성 높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줌마의 메트로 카드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었는데, 아줌마는 기사가 자기에게 mean 했다고 화를 냈다. 기사는 내가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고 이게 뭐가 mean 한거냐, 그냥 회사에 전화해서 컴플레인을 해라면서 싸움은 점점 커졌다. 급기야 기사는 차를 세우고 나 운전 못하겠다고 어디론가 전화. 버스 안을 꽉 채우고 있던 승객들은 반은 내리고, 반은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어떤 할머니가 내 요금 어쩔거냐며 또 화를 내는 것까지 보고 나도 버스를 떠났다.

다시 클로이스터스로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런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오늘 날씨는 36도. 더웠고, 길거리의 사람들도 모두 짜증이 나 있었다. 물론 나 포함. 그냥 근처 지하철에서 한방에 갈 수 있는 곳을 떠올리다 웨스트빌리지를 생각해냈다. 그래, 생각난 김에 마크제이콥스 매장에나 들러야 겠다고 마음먹고 그리로 향했고. 거기서 조금쯤 기분을 풀었다 (쇼핑하면서-_-)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한 것도 없이 지치는 날이 있는데. 바로 오늘이 그랬다. 그닥 걷지도 않았고, 딱히 한것도 없는데. 그냥 기운이 빠져서 집에 와버렸다. 짐을 던져놓고 노트북이랑 지갑만 들고 동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들이키니 그제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 온 것 같은 느낌. 하루종일 홀린듯 했어. 날씨탓인가. 점심에 먹은 버거가 마음에 걸려서 샐러드를 주문했더니. 정말 너무 양이 푸짐해서 놀랐고, 맛이 있어서 놀랐다. 내가 샐러드를 맛있게 먹다니 이런일이!..

역시 더운 날에는, 멀리 나가면 안돼. 시원한 동네 카페에서 노닥대는 것이 서울이나, 뉴욕이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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