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JAN] 새롭게 시작 한다는 것
분류없음 2012/01/25 10:07
helloerin이라는 URL을 쓴 시작이 언제던가? 정확한 타이밍은 생각나지 않는데, 그냥 그 즈음 나는 회사에서 조금쯤 무료했고, 또 조금쯤 신선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때였다고 기억난다. 시기 시기 마다 어떤 사람들과 주로 노느냐, 어떤 사람들과 주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냐가 나에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 즈음 많이 만나고 많이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주로 다 이런 개인 블로그를 갖고 있었던 것도 꽤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쯤,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또 그 공부하는 2년동안 복작거렸던 마음을 다 털어놓은 것도 어쩌면 여기였다. 가까운 지인 몇 몇이 보아주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주는 공간이기도 했고. 어찌보면 그래서 정말로 마음이 복잡하고 힘이 들 때는 이곳에 글을 쓰지 못했었다. 이 공간 외에 나만 보는 글을 쓰는 다른 공간이 있었다. 사실 최근까지도, 어제에도 그 곳에 내 마음을 두 세줄씩 끄적였다.
마지막 글을 10월에 여기에 썼으니, 벌써 3달쯤 전인가. 음력 새해의 첫 출근 날. 나는 지난 헬로에린의 흔적을 나만 볼 수 있도록 청소하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첫 글을 쓴다. 헬로에린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이십대 중반이었고, 사원 1-2년차였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혼자 있는 시간들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서른살이 되었고, 1-2년후엔 과장이 될 것이며, 혼자서도 잘 놀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뉴욕타임즈에서, 아마도 작년 1월 1일의 칼럼 같은데. 인간이 정해 놓은 새해라는 것. 이건 과거를 싹 지우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하는 인간들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라고. 왜 예전에 새 공책을 쓰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 옛날 공책에 개발새발 예쁘지 않게 쓴 것들을 싹 덮고, 새 표지를 여는 그 기분. 그런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나는 헬로에린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건대, 지난 몇 달 나는 꽤 힘들었다. 물론 행복했던 순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간들을 나는 헉헉댔다. 몸은 힘들지 않았지만, 마음에는 늘 바람이 불었다. 지난 몇 달.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언제 끝날 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보다 더 일찍 끝날 수도, 아니면 더 오래 갈 수도 있겠지. 이십대를 되돌이켜보면, 내 계획대로, 내 예상대로 시작되고 끝난 것은 많이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trigger들이 내 계획을 바꾸어 놓았었고, 나는 또 거기에 순응했었다. 어제 잡지에서 읽은 올해의 별자리 운세처럼, 올해의 내게는 인생의 트랙을 바꿔놓을 만한 일이, 그런 기회가 찾아올까? 늘 내가 되내이는 것 처럼, 내 발이 딛고 서 있는 이 순간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